본문 바로가기

작가론 / 기사모음

[작가론] 통일부르기 작업 의도



언제나 나는 작업을 끝내고 나면 세상일과 사람들 일에 대한 나의 애착이 과도했던 것에 민망하여 몸둘 바를 모르고, 그나마 작업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것도, 사람들 가슴에 제대로 가닿지 못했던 것도 허허롭고 민망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사에 무덤덤해지지 못하는 천성 탓에 또 다시 통일에 대한 거대한 꿈을 매일 밤 주조하고 허물기를 거듭하고 있다.

통일을 향했던 한 서린 지난 역사를 한 토막만 떠올려도 가슴 울컥한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이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을 때리기도 하고, 이제 이렇듯 별일 아니게 묻혀가는 것도, 남의 일 바라보듯 쉽게 통일을 말하는 것도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왜 이토록 통일이라는 주제와 그것에 관해 떠오르는 형상들과 그것에 관련된 우리 국토 이곳저곳의 살가운 풍경들을 좀처럼 잠재우고 잊어버리지 못하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단지, 나는 내 억누를 길 없는 이 무엇인가를 작업을 통해 쏟아내고 그것을 다듬지 않으면 안됨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우리 시대의 길이며, 그 길의 방향으로 삼고 갈 화두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앞둔 이 시대에, 통일로 가기에 앞서 그에 대한 정당한 부피의 염원을 갖는 것, 더 많은 이들이 그것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나의 과분한 염원이다. 우리 자신 개개인과 이 사회전체가 잠시 발을 멈추고 말을 멈춘 채로 침묵 속에 통일을 묵시하기를 나는 바란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분단의 슬픈 족적이, 혈흔이, 철조망이 드리워져 있음을 스스로 보도록 하는 것, 통일로 가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노정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영혼이 완성과 환희의 여정을 체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역사의 혼이 있어 오래도록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소망을 그 또한 알고 있다면 나의 작업이 그가 내딛는 하나의 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작업이 그러한 걸음의 앞에 놓인 하나의 노둣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임진각 평화누리 작업은 대나무로 엮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분단의 상처를 형상화한 인물상(3~5m) 7개를 카페 앞 연못에 잠기도록 설치하여 아픈 현실을 담아내고, 이어 야외공연장 언덕을 넘어 북녘하늘을 향해 내달리는 인물상(4~12m) 5개를 설치하여 우리 문족의 통일을 향한 꿈과 염원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 가 : 최 평 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