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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 / 기사모음

[작가론]작가노트중_오래된이야기




작품명 : 오래된 이야기

작가 : 최평곤

재료 : 대나무, 철근

어디로 가나요, 아버지. 우리 지금 지나는 이 곳은

어디인가요. 옛날부터 시작된 길의 끝이고, 먼날로

이어질 길의 시작인가요. 한걸음이 끝이고, 한걸음이

시작인 아슬아슬한 기로에서 가슴 시리고 두렵기도

하지만 당신 눈길 덕에 등만 따뜻해요. 내가 있기 전

당신이 여기서 걸을 때도 그랬나요. 언젠가 내 등 시릴때

그 때 돌아서서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을 텐데...

어디서 쉴까요. 아버지. 그 큰 집 그만 땅에 내려놓고

짐 속에 들었다는 우리집 좀 주세요.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오른단다. 어디서 쉴 지도.

어디까지 함께 가고. 어디서 우리가 따로 가야하는지...

다만 지금 우리는 우리가 오기로 한 그 곳에 제가끔 와

있단다. 보아라 얘야. 너의 작으 ㄴ그림자와 내 긴 그림자

만난 자리에 노란 민들레 하나 핀 것을. 언젠가 우리

함께 보았을 파란 하늘과 파란 하늘 빛내주던 단감색

해를 기억하니? 발 아래 민들레는 땅에 돋은 해란다.

지칠 땐 애써 고개 들지 말고 네 발치에 뜬 작은 해를

보거라. 그 곳에도 내가 있고 너의 집이 있단다.

<작가 노트 중에서>